집에 둔 화이트보드 활용법, 한자 공부부터 아빠 캐리커처까지

집에 화이트보드를 들여놓은 뒤 생각했던 것보다 활용도가 훨씬 좋다.

처음에는 아이 공부 화이트보드 활용을 생각하고 집에 가져왔다.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직접 쓰고 설명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첫째는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설명했고, 둘째는 내가 내준 덧셈과 뺄셈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화이트보드는 공부할 때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게 됐다.

요즘은 둘째가 하루에 두 글자씩 배운 한자를 쓰고, 첫째는 그림을 그린다. 얼마 전에는 내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화이트보드에 아빠 캐리커처까지 완성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집 화이트보드에 한자를 쓰고 웃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
화이트보드에 배운 한자를 쓰고 뿌듯해하는 둘째

둘째의 하루 두 글자 한자 공부

둘째는 요즘 하루에 한자 두 글자씩 공부하고 있다.

하루에 너무 많이 외우게 하면 금방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딱 두 글자만 배우기로 했다. 뜻과 음을 확인하고 글자의 모양을 살펴본 뒤 직접 써보는 방식이다.

공책에만 쓰고 끝낼 때도 있지만, 배운 글자를 화이트보드에 크게 다시 써보게 한다.

작은 칸에 맞춰 쓰는 것과 달리 화이트보드에는 팔을 움직여 큼직하게 쓸 수 있다. 획을 잘못 그어도 지우개로 바로 지우고 다시 쓰면 되니 틀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어 보인다.

사진을 찍던 날에는 달 월(月)과 불 화(火)를 썼다.

화이트보드에 달 월과 불 화를 쓰며 한자를 복습하는 아이
하루 두 글자씩 배우며 달 월(月)과 불 화(火)를 써보는 중

둘째가 글자 옆에 ‘달 월’이라고 한글로 뜻과 음도 적었다. 아직 획이 완벽하게 반듯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배운 글자를 기억해내며 쓰는 모습이 기특했다.

한 글자를 완성하고 나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자기가 쓴 글자를 바라본다. 잘 썼다고 생각하면 표정부터 달라진다.

둘째가 한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일만 만(萬)’을 쓰며 함께 웃었던 첫 한자 공부 이야기도 남겨두었다.

틀려도 바로 지울 수 있어 부담이 적다

한자를 처음 배우면 비슷한 모양의 획이 많아 헷갈릴 수 있다.

둘째도 가끔 획의 방향을 다르게 쓰거나 빠뜨린다. 종이에 쓸 때는 틀린 글자가 그대로 남지만, 화이트보드에서는 바로 지운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점이 둘째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틀렸어”라고 말하면 속상해할 때도 있는데, 화이트보드 앞에서는 직접 지우개를 들고 금방 다시 쓴다. 공부라기보다 작은 도전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하루 두 글자라는 분량도 지금은 적당해 보인다. 많은 글자를 한꺼번에 외우는 것보다 오늘 배운 두 글자를 제대로 보고, 말하고, 한 번 더 써보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며칠 뒤에도 기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책에서 본 글자를 자기 손으로 크게 써보는 과정 자체는 재미있어한다.

우리 집에서 아이 공부 화이트보드 활용은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하루 두 페이지씩 시작한 둘째의 바른 글씨 연습 과정도 함께 기록해두었다.

첫째는 화이트보드를 그림판처럼 사용한다

안경 쓴 아빠의 모습을 첫째가 화이트보드에 그린 캐리커처
첫째가 아빠를 자세히 관찰해 그려준 화이트보드 캐리커처

둘째가 한자를 쓰고 나면 첫째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간다.

첫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화이트보드를 커다란 그림판처럼 사용한다. 종이와 달리 공간이 넓으니 얼굴이나 몸을 크게 그릴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지우고 다시 그릴 수도 있다.

얼마 전 첫째가 갑자기 나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왜 계속 보고 있나 싶었는데, 화이트보드에 내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눈과 코를 그리고, 안경을 쓴 모습과 머리 모양까지 하나씩 표현했다.

그림이 완성된 뒤 가까이 가서 보니 생각보다 특징을 잘 잡았다.

안경 아래로 보이는 눈, 둥근 얼굴, 코의 모양, 배 앞에 모은 손까지 표현해 놓았다. 실제 모습보다 조금 과장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캐리커처 같고 재미있었다.

“아빠가 이렇게 생겼어?”라고 물으면서 한참 웃었다.

웃기면서도 조금 뭉클했던 아빠 캐리커처

처음에는 그림이 재미있어서 웃기만 했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으니 첫째가 평소 내 모습을 꽤 자세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경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머리는 어느 방향으로 내려오는지, 평소 손을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까지 그림에 담겨 있었다.

부모는 아이들을 매일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도 그만큼 부모의 얼굴과 행동을 자세히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사진으로 찍은 내 모습과는 또 달랐다.

첫째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이 화이트보드에 남아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림은 언젠가 지워지겠지만, 지우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웃고 지나간 뒤 바로 지웠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글로 기록하니 평범했던 순간이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된다.

공부와 놀이 사이에 있는 화이트보드

처음 화이트보드를 집에 가져왔을 때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앞에 나와 설명하고, 수학 문제를 풀고, 글자를 쓰는 모습을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용도로 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꼭 공부만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둘째가 한자를 쓰고 나면 첫째가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는 문제를 내고, 누군가는 답을 쓰고, 때로는 가족 얼굴을 그리며 함께 웃는다.

화이트보드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생긴다.

“오늘 배운 한자가 뭐야?”

“이 글자는 무슨 뜻이야?”

“그런데 아빠 얼굴을 왜 이렇게 그렸어?”

이런 질문이 오가면서 공부와 놀이가 이어진다. 아이들에게 화이트보드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칠판이면서 마음껏 낙서할 수 있는 커다란 종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래 사용하는 것 같다.

활용도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

집에서 화이트보드를 사용해보니 가장 좋은 점은 시작하기 쉽다는 것이었다.

문제집과 연필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지나가다가 펜을 잡고 한 글자 써볼 수 있고, 생각난 그림을 바로 그릴 수도 있다.

틀려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울 수 있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물론 화이트보드 하나를 둔다고 아이가 갑자기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에서도 항상 공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꼭 공부만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한자를 두 글자 쓰고, 내일은 그림만 그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서 무언가를 쓰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직접 사용해본 아이 공부 화이트보드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은 정답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담 없이 펜을 잡게 된다는 점이었다.

지워지기 전에 남겨두는 가족의 기록

화이트보드에 쓴 글과 그림은 오래 남지 않는다.

새로운 글자를 쓰려면 이전 글자를 지워야 하고, 다른 그림을 그리려면 아빠 캐리커처도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순간은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둘째가 삐뚤빼뚤하게 쓴 한자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반듯해질 것이다. 첫째가 그린 아빠 얼굴도 몇 년 뒤에는 또 다르게 변할 것이다.

그때 오늘 사진을 다시 보면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당근에서 우연히 얻어온 화이트보드 하나가 우리 집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공부한 것을 복습하는 칠판이 되고, 마음껏 그림을 그리는 도화지가 되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공간도 됐다.

오늘은 둘째가 배운 한자를 쓰고, 첫째가 아빠 캐리커처를 그려준 재미있는 하루를 기록해둔다.

다음에는 화이트보드에 어떤 글과 그림이 남을지 기대된다.

처음 집에 화이트보드를 들이고 아이들과 수학 문제를 풀고 설명했던 이야기도 이전 글에 기록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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